그것만이내세상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본문

음악/음악이야기:Classic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니코데무스 2022. 1. 4. 22:16

교회에서의 성탄절은 전세계 공통으로 12월 25일입니다. 이는 개신교 뿐 아니라 (로마)카톨릭, 성공회 등등 거의 모든 기독교 계열의 종교나 교파에서 동일합니다. 그러나 1월 7일을 성탄일로 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정교회입니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알고있는 성탄절이나 부활절도 초대교회 시절에는 지역마다 교회마다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최초로 합쳐졌던 것이 니케아공의회(AD 325년) 였다고 하죠.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기초가 되는 그레고리력이 발표(AD 1582년)되면서 그 이전까지 쓰이던 율리우스력과 많게는 10여일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로마 교회(우리가 알고있는 카톨릭)는 그레고리력에 맞춰 각종 축일을 변경하였지만, 로마교회를 제외한 동방정교회측은 율리우스력 사용을 고잡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탄절의 날짜도 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 보다는 오히려 실제 유대전승에 따른 예수 탄신일(1월 초)을 로마에서 기독교를 국교화 하면서 기존에 자신들의 명절인 태양절(동지, 태양이 가장 짧게 떠 있는, 즉 소멸후 새로운 태양이 태어나는 것을 상징)을 성탄절로 대치했다는 이야기 라거나,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를 처음 문안하던 날짜를 성탄절로 기념하게 되었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더욱 흥미롭게 들립니다.

동방박사가 아기예수께 문안한 날을 기념한다는 이야기는 별 근거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성탄절과 관련된 음악이 이러한 스토리와 비슷해 보여 함께 소개해 보았습니다.

작곡가 : Olivier Messiaen(올리비에 메시앙, 1908~1992)
곡명 : 'Vingt regards sur l'Enfant Jesus'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메시아'와 발음이 비슷한 메시앙은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입니다. 즉, 그의 작품을 듣기 위해서는 현대음악(고전음악 쟝르 중 근현대의 작곡가들이 지은)이라고 부르는 음악에 어느정도 경험이 있지 않으면 쉽게 들을 수 없는 곡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가 즐겨듣는 (대중)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멜로디와 박자가 무엇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음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실한 신앙인(카톨릭)으로 알려진 메시앙의 작품들은 종교적 색채가 짙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이라는 곡은 제목만 보자면 성탄절의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길듯한 분위기의 곡이라 한번쯤은 듣기에 도전해 볼 수 도 있을 그런 작품입니다. 헌데,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할 수 도, 또 들어본 적 있다고 말하기에도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곡을 나름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저만의 비법 이므로 아무런 공신력도 없으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이 곡은 1944년에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되었고, 그의 아내인 피아니스트 이본느 로리오에게 헌정되었다고 합니다. 총 20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악장별 소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01.Regard du Pere(하느님의 시선) OX
02.Regard de l'Etoile(별의 시선) XX
03.L'Echange(하느님과 사람의 변신) XX
04.Regard de la Vierge(성모마리아의 시선) XO
05.Regard du Fils sur le Fils(아들에게 보내는 말씀의 시선) X
06.Par Lui tout a ete fait(말씀으로 모든 것은 행하여지도다) XX
07.Regard de la Croix(십자가의 시선) X
08.Regard des hauteurs(하늘의 시선) X
09.Regard du temps(시간의 시선) X
10.Regard de l'Esprit de Joie(성령의 기쁨의 시선) XO

11.Premiere communion de la Vierge(성모의 첫 영성체) X
12.La Parole Toute Puissante(전능하신 말씀) XX
13.Noel(크리스마스) XO
14.Regard des Anges(천사들의 시선) X
15.Le Baiser de l'Enfant Jesus(아기 예수의 입맞춤) O
16.Regard des Prophetes des Bergers et des Mages(예언자와 양치기와 동방박사들의 시선) X
17.Regard du Silence(침묵의 시선) X
18.Regard de l'Onction Terrible(무서운 말씀의 시선) X
19.Je Dors, Mais mon Coeur Veille(잠잘때도 내 마음은 눈을 떠) O
20.Regard de l'Eglise d'Amour(사랑의 교회의 눈길)  O

CD로 발매되는 연주곡의 경우 대부분 2장에 나뉘어 담겨있는데 총 연주시간은 2시간에 달합니다. 난해한 현대음악에 연주시간까지 본다면 클래식음악에 어느 이상 관심이 있지 않으면 감상 자체가 쉽지않은 그런 곡이죠.

하지만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시선' 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제목의 이 작품 중 최소 서너곡 정도는 한번 들어볼 만 합니다. 그래서 현대음악의 경험이 별로 없는 분들을 위해 비교적 들어볼 만한 몇 곡을 추천 드려볼까 합니다. 추천 드리는 곡의 제목 역시 기억하기 쉽도록 힌트까지 드립니다.

스무개의 곡을 분류해 보면 곡 전체가 난해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난해하다가 점점 쉬워지거나 그 반대인 곡도 있고,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친근한 멜로디로 되어있는 곡도 있습니다. 분류를 해 보자면...

1) 처음에는 친근하다가 점점 난해해지는 곡

01.Regard du Pere(하느님의 시선) OX

2) 처음에는 난해하다가 뒷부분에 친근해지는 곡

04.Regard de la Vierge(성모마리아의 시선) XO
10.Regard de l'Esprit de Joie(성령의 기쁨의 시선) XO
13.Noel(크리스마스) XO

3) 처음부터 끝까지 친근한 곡

15.Le Baiser de l'Enfant Jesus(아기 예수의 입맞춤) O
19.Je Dors, Mais mon Coeur Veille(잠잘때도 내 마음은 눈을 떠) O
20.Regard de l'Eglise d'Amour(사랑의 교회의 눈길)  O

4)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난해한 곡

위의 7곡을 제외한 나머지.

 

1)에서 3) 까지 그래도 '친근한' 느낌이 들만한 7곡의 경우, 제목 역시 뭔가 '친근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성모마리아, 기쁨, 성탄, 입맞춤, 마음의 눈, 사랑의 교회 등등. 그리고 첫번째 곡 하느님의 시선은 점점 난해지긴 하지만 첫번째곡인데다 앞부분은 낭만적인 느낌도 들기에 추천 드립니다.

이 정도만 들어보셔도 누군가와의 대화 중에 '메시앙의 아기예수...' 라는 곡을 들어본 적은 있다 하고 이야기 할 만 하겠지요? 비록 고전파나 낭만파의 음악과 달리 멜로디가 친근하지는 않다고 해도 소제목을 느낌을 생각해보며 듣다보면 현대음악 까지 섭렵하게 되는 '슬기로운 음악감상 생활'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음반구입은 곡이 친근해진 다음 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구요. 대신 전곡 연주영상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으니 먼저 감상해 보시죠.

Youtube에서는 세명의 연주자의 전곡 연주를 들을 수 있고, 최근에는 발매되는 앨범을 올리는 영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연주 : Ashley Hribar

 

1944년에 작곡된 이 곡의 초연을 한 연주자가 바로 피아니스트 Yvonne Loriod입니다. 첫 아내와 사별한 메시앙과 후일 결혼하여 아내가 되었다죠.

연주 : Yvonne Loriod

 

이 연주는 가장 깔끔한 것 같은데 영상 속 소리가 작게 녹음되어 음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연주 : Steven Osborne

 

최근에 올라온 앨범 홍보용 영상 같습니다. 위의 영상들과는 달리 곡 마다 분리 되어있어 골라 듣기가 좋습니다.

연주 : Kristoffer Hyldig

https://www.youtube.com/watch?v=fwJDtgvE8OQ&list=OLAK5uy_mrA3si0JKFJoX06RbDYfPslkIXlrtFs1U&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