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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에 대하여 #1

니코데무스 2024. 1. 24. 22:29

(실제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도, 오류가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요즘은 전기차(EV)가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자동차를 주행하면 주동력원인 내연기관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내연기관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되듯,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핵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해 내는 과정에서 폐기물 (혹은 쓰레기)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폐기물은 방사선이 방출(방사성)되는 위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우선 관련 용어로서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것이 있다.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폐기하기로 결정한 사용후핵연료 포함)"로 정의되어 있으며 (원자력안전법 제2조 제18호),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의 규율 대상이다. 방사성폐기물은 아래의 세 종류로 구분된다.

  - 저준위 폐기물(LLW) :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장갑, 걸레, 쓰레기 류

  - 중준위 폐기물(ILW) : 방사선 차폐복, 원자로 부품 등 (여기서 부터는 주의를 요함)

 - 고준위 폐기물(HLW) : 사용후 핵연료

 

내연기관에 사용되는 석유계 혹은 천연가스 등등 연료는 대부분 연소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소와 화합하는 동시에 다량의 열과 빛을 내게 된다. 그런데 핵연료의 경우 핵분열을 거치면서 열을 내게 되고, 분열이 어느 이상 지나게 되면  더이상 자체적으로 열을 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목재나 연탄이 연소 후 어느 정도 원래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도 더 이상은 연소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연소(핵분열) 가능한 성분만을 분리해 내어 농축하게 되면? 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핵연료 재처리'의 기본 개념이다.

현재 방사성 폐기물은 두 가지 방식으로 처분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에 따라 심층 영구 처분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영국, 인도는 폐기물 및 처분장 부피 감소를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 준공 이후 발전소 내 부지에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 저장하고 있으나, 2031년에 임시 저장 시설 용량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구 처분 부지 확보와 재처리 기술 개발이 함께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래 논문에서 발췌)

"세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법 및 전망" https://www.jksee.or.kr/journal/view.php?viewtype=pubreader&number=4458

참고로, 한두번쯤 들어봤을 '경주 방폐장'이라는 시설은 겨우 저/중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이며, 이조차 활성단층이 있는 곳에 지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https://ko.wikipedia.org/wiki/%EC%9B%94%EC%84%B1%EC%9B%90%EC%9E%90%EB%A0%A5%ED%99%98%EA%B2%BD%EA%B4%80%EB%A6%AC%EC%84%BC%ED%84%B0

그렇다면 사용을 막 끝낸 핵연료는 현재 어디에 모아놓았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답은 바로 원자력발전소 내 '수조' 속(습식)에 보관(임시저장) 중이다. 보통 5년 정도 물 속에서 남은 열을 서서히 배출하고 나서 이후에는 건식으로 보관(중간저장)하게 되는데,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 타입인 월성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형태의 건식 저장소가 운영중이며, 농축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여타의 경수로 타입은 건물 안에 별도의 보관용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서, 2023년 고리원전에 건설되었고 2030년 부터 운영 예정이라 하는데 주민들이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왜일까? 그건 바로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방침이 아직도 미정인 상태이다보니, '중간저장'이 '영구저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쯤 되면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방침이 왜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는지 궁금해지게 된다. 대체 언제쯤 정하려 하는 것인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게시판을 찾아보니, 2021년 12월 27일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원진위에 상정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관련 자료 딱딱한 공문서이지만 한번 읽어볼 만 한다.)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원진위 상정(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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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 관리 시행계획 / 고준위·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행계획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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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법령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재정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법령제정의 필요성 및 관련 지식들을 홍보하는 자료도 배포하고 있다.(한국원자력환경공단, 자료 다운 속도가 무척 느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리플릿 [다운로드]

관련 법안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 해야할지 아직도 결정 되어있지 않다. 어찌보면 단순하다. 영구매립이냐? 아니면 폐기물의 재활용(재처리)이냐?

 

재처리냐? 매립이냐?

원자로 내에서 핵연료의 우라늄은 핵분열에 의해 다른 원소로 전환되며, 계속되는 알파붕괴나 베타붕괴에 의해 다양한 핵종으로 변환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봉 내에는 수많은 원소가 혼합된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태의 연료봉에서 아직 분열되지 않은 우라늄 및 생성된 플루토늄을 꺼내는 작업을 '재처리'라고 한다. 재처리 공장은 이러한 과정의 작업을 행하는 곳으로, 분리해 낸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다시 핵연료로 가공된다. [우리나라에는 재처리공장이 (아직도) 없다]

※ (아직도) 인 것은, 원하던 원하지않던 우리나라가 '재처리공장'을 지을 수 있는 '자격'이 안되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성분을 야무지게 뽑아내 다시 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처리 과정 혹은 그것을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방사능오염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며 아울러 정치, 외교적인 변수까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리나라에는 고준위 폐기물의 영구 매립시설 역시 아직은 없다]

그런데 현재 쌓여만 가는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장소 또한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 즉, 무엇이건 해야하는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 1~2년 단축” https://www.motie.go.kr/kor/article/ATCL8764a1224/155118306/view

선택지는 영구히 매립하느냐, 아니면 뽑아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뽑아 쓰느냐(재처리) 인데, 재처리를 한다 해도 여전히 '심층 영구 처분' 해야 하는 폐기물의 양은 적지 않으며 현재 운전중인 원전으로 부터도 당분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즉, '재처리 공장을 짓게 된다'고 해도, '영구매립지'는 어디엔가 반드시 지어야 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각기 고민을 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폐핵연료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땅속 깊이 묻는 ‘심지층처분’ 방식을 선택하고 부지 매입까지 완료했다. [매립]

핀란드 '옹칼로' https://ko.wikipedia.org/wiki/%EC%98%B9%EC%B9%BC%EB%A1%9C

지금까지 개발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손쉬운 것은 ‘습식재처리(퓨렉스)’ 기술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핵연료만 뽑아내는 방법이다.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핵확산 우려가 높은 방식으로, 일본과 프랑스가 주목 하고있는 장면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1997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왔다. 흔히 '건식재처리'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2007년엔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2012년엔 전용 실험시설인 ‘프라이드’를 완공해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용이 끝났으면 바로 폐각하는 것이 상식인데, '재처리'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핵연료의 주재료인 '우라늄'이 고갈될 것을 예상하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기술은 자꾸 발전하고 '우라늄' 가격이 점점 떨어져 재처리 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가게 될 상황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러-우 전쟁 이후, '원전 포기'를 잠시 멈추는 나라들이 늘어감에 따라 2023년 가을부터 반년만에 거의 2배나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라늄 가격은 대략 얼마나 할까? 2024년 1월 기준으로, 1g에 약 283원 정도. 금은 86,751원 정도이니  언뜻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일 수 도 있지만, 원자로 1기에 한번 들어가 약 1년간 열을 내는 핵연료 집합체들 속의 우라늄의 양을 대략 계산해 보면, 핵연료 집합체 1개당 약 430kg의 우라늄이 들어가고, 원자로 1기당 약 200개의 집합체가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약 243억원이 된다. (물론 걷어들이는 전기료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우라늄 가격이 다시 떨어진다 해도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쌓이게 될 것이기에, 그것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처리'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